본문 바로가기

바리스타 교육/ 커피 사이언스

커피의 기적[1]


러시아계 스위스인이며, 바젤의 교수였던 구스타브 폰 붕게(Gustav Von Bunge)는 카페인에 대한 갈구가, 인간의 모든 조직세포 안에 미세한 양이 들어 있는 크산틴이라고 하는 질소 함유 물질과 이 물질이 흡사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인간의 카페인에 대한 갈망은 결국 인간의 조직을 이루는 물질가운데 하나인 크산틴을 축적하고자 하는 데서 생겨나는 무의식적인 욕구라는 것이었다.

인체의 동맹군으로서, 몸이라는 요새에서 실제로 필요한 물질이든 아니든, 카페인은 입구를 통과하기가 무섭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아지경', 또는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유발하며 놀랄 만큼 교란된 정신상태로 상대를 밀어 넣는다. 이어 혈관이 팽창되면서 요새의 도개교가 내려진다. 중앙신경계인 뇌와 척추는 카페인의 자극적인 작용에 침범당하여 무단으로 점령되고 만다. 참으로 대단한 각성제가 아닐 수 없다. 카페인은 뇌의 연수 내의 호흡기 중추에 영향을 미치고 신체 전기관의 가스교환을 점점 가속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또, 강력한 힘으로 심장근육의 고동을 촉진시킨다. 팔, 다리의 관절에 대해서는 인체의 자가 중독에 의한 유독물질 즉, 피로물질의 축적을 퇴치하며, 두개골 근육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창자의 연동운동과 신장의 활동을 촉진한다. 이렇듯 인체의 모든 세포는 카페인이 도달하면 곧장 기력을 되찾는다. 

카페인을 연구한 대표적인 인물로 미국의 생리학자인 호라티오 우드와 홀링워스가 있다. 우드는 카페인이 순환기와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홀링워스는 카페인의 자극 하에서 지능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풍부한 자료를 수집한 끝에 1912년, 홀링워스는 7만6천 개의 측정치와 다양한 실험결과를 발표했으며, 우드 역시 카페인의 근육 에너지 촉진기능에 관한 글을 발표했다. '카페인은 척추의 반사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는 별도의 기능저하 없이 근육을 활발히 수축시키며, 따라서 모든 근육운동이 카페인이 주입된 인간에 의해 작동될 때, 카페인을 투여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활발하며 상대적으로 뛰어난 결과를 이끌어낸다."

  결국 우드는 다음과 같은 획기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기에 이른다. "카페인의 영향을 받은 근육이 항상 더 활발히 기능한다면, 카페인은 자연스럽게 피곤을 축적시키지 않고도 쉽게 근육의 수축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근육의 경제적 이용까지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말해서 똑같은 에너지를 소모하고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노동 프로세스에 있어서의 경제성' 에 관한 이러한 법칙은 1925년 앨러스(Allers)와 프로이드의 연구로  힘을 얻게 된다. 이들은 커피가 근육은 물론 두뇌의 에너지원 역할을 한다는 것까지 입증해 보였다. 이들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을 대단히 원활하게 촉진시키는 반면 이전에 배운 지식의 재생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그러나 기존의 지식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새로운 이미지와 아이디어의 과다함 때문에 저해되는 경향이 있다.) 이 실험은, 추상적인 생각을 할 때 사고의 시각적인 요소가 더 두드러지며 나아가 사고의 지성적인 요소도 훨씬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세세한 표현력도 더욱 촉진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간단한 '움직임'을 바라볼 때도 머릿속에서 이를 시각적으로 세분화한 조각 그림의 수가 훨씬 더 많아진다느 ㄴ것이다. '감각에 의한, 그리고 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연상은 두뇌의 전방으로 가는 반면에, 자동적인 연상은 두뇌의 후방으로 간다. 그리하여 커피는 효과적으로 브레인 파워를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 속에 저장된 이전의 자료를 재생한할 때는 커피가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어쨌든, 커피가 두뇌에 작용하는 창의적인 힘을 제대로 묘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커피는 이렇듯 반항적이고 반 보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여, 역사를 뒤흔드는 폭풍의 선봉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20세기 동안 홀링워스나 우드를 포함한 수천 수백만의 사람들이 커피를 연구하였으며, 근세 초 아라비아의 해안에서부터 시작되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셨다. 그야말로 커피는 지구촌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으며, 커피가 야기한 인간의 근육 및 뇌의 자극과 변형은 역사의 외관을 변형시켰다. 



'바리스타 교육 > 커피 사이언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맛의 변화  (0) 2014.04.12